디카를 점령한 휴대폰, MP3폰으로 거듭난다.
국내의 휴대폰 시장은 연간 1500만대 정도로 컴퓨터, TV, PDA 등 그 어떤 디지털 기기에 비해서 단기간내에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주었다. ITU와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보급대수를 비교해보면 휴대폰이 약 3000만대, TV가 2000만대, PC가 2350만대 정도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반 이상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급성장한 휴대폰 시장은 일반 전자기기와 달리 제품의 교체주기가 짧기 때문에 월 200만대 규모로 꾸준히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휴대폰은 발빠르게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는 새로운 기능과 기술로 거듭 나면서 대체 수요를 자극해가고 있다. 특히 2002년 10월부터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내장된 소위 ‘카메라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은 단순한 음성 통화의 용도에서 벗어나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카메라에 MP3 재생 기능이 내장된 ‘MP3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치 MS 윈도우가 운영체제 본연의 용도에서 WWW과 메신저 서비스로 확장하며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휴대폰이 음성 통화 용도에서 카메라와 오디오의 기능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과연 MP3폰의 등장은 MP3 플레이어 시장에 위협이 될 것인가? 그리고 휴대폰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중심기기로서 자리를 잡아갈 것인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과 동반 성장한 카메라폰

우선 2003년 디지털 카메라는 국내에서 약 65만대 가량이 판매되었다. 2003년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카메라폰으로 인해 100만 화소급의 저급 디지털 카메라의 비중이 전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기존과 비교해 1/10로 줄어들었다. 2002년 이전만 해도 저급 디지털 카메라는 전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약 30~40%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카메라폰으로 인해 그 시장이 3~4%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200만 화소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는 건재하고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2002년 국내에서 30만대였는데 반해 2003년 65만대로 2배 이상 성장한 것도 카메라폰으로 인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가 위축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폰의 성능이 100만 화소 이상으로 발전하면서 2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곧 위협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도 카메라폰의 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문적인 카메라 기능과 성능면에서 발전할 것이다. 즉 연간 판매되는 1500만대의 휴대폰이 모두 카메라폰은 아니며 카메라폰이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의 등장이 컴퓨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동반 성장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MP3P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MP3폰

그렇다면 MP3P도 디지털 카메라와 마찬가지일까? MP3P는 작년 약 130만대 규모였으며 올해에는 약 250~30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포터블 오디오 기기 사용자 규모가 약 1천만명이라고 볼 때 점차 MP3 플레이어 사용자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 중인 MP3 플레이어 시장에 MP3폰은 어떠한 위협이 될까?

MP3 플레이어의 경우와 디지털 카메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에는 강력한 성능과 기능이 카메라폰과 차별되지만 MP3 플레이어는 그렇지 않다. MP3 플레이어는 사실 제품간에 성능이나 기능상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으로 제품이 차별화되고 있어 만일 휴대폰에서 MP3 재생 기능이 지원된다면 굳이 MP3 플레이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즉 100만 화소의 카메라폰은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과 기능을 따라 잡기 어렵지만 MP3폰은 MP3 플레이어의 성능과 기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껏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PC를 이용해 다운로드 받은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복사를 해서 사용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MP3 파일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거나 PC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MP3 플레이어는 보급에 걸림돌이 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MP3폰은 휴대폰을 이용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연결하여 PC 도움없이도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 or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어 MP3 플레이어에 비해 오히려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뛰어나다. MP3폰은 MP3의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는 MP3폰의 MP3 재생과는 차별화된 보다 강력한 성능 or 기능으로 거듭 나야만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P3폰

하지만 MP3폰의 보급에는 복병이 숨어있다. 휴대폰은 연간 1500만대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MP3 플레이어는 이제 20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월 판매되는 휴대폰과 연간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가 거의 비슷하다. 즉 만일 MP3폰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연간 수백만대의 MP3 재생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이 보급되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 저작권 단체 입장에서는 음반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과 PC를 통한 MP3의 보급으로 인하여 음악 저작권 업체는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MP폰이 이러한 MP3 파일을 아무런 제약없이 재생할 수 있게 된다면 MP3폰의 규모를 볼 때 음악 저작권 업체에는 불 나는데 기름 붓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음악 저작권 단체에서는 MP3폰에 기술적인 제약을 가하려 하고 있다. 우선 이동통신사를 이용한 MP3 다운로드 or 재생의 경우 저작권 보호 장치(DRM)를 적용함으로써 음악의 불법적인 유포와 복제를 차단하고, 저작권 보호가 불가능한 사적 MP3 파일은 AM 라디오 수준(64kbps 인코딩)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적 MP3 파일은 일정 기간 동안만 재생(3~5일)하도록 음질 외에 시간의 규제까지 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규제를 통해서 MP3폰으로 인한 불법 MP3의 유포와 사용을 차단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음악 저작권 단체는 PC, MP3 플레이어, PDA 등을 통해 MP3가 유포, 재생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휴대폰에서 MP3가 재생되는 것에 이렇게 흥분하는 것일까? 그것은 MP3폰의 경우 다른 디지털 기기에 비해 시장 규모와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MP3폰을 재생하는 제조사에 이러한 기술적 규제를 요구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휴대폰 제조사에서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음악 저작권 단체는 이동통신사에 MP3 음원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휴대폰 사용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MP3를 다운로드하거나 재생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기존의 MP3 플레이어처럼 휴대폰을 단지 PC에 저장된 MP3 파일을 복사하여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지원받지 못하면 반쪽짜리 MP3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휴대폰 제조사는 음악 저작권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사적 MP3의 재생에 대한 기술적 규제(음질과 시간)를 하려는 것이다. (마치 DVD의 지역코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MP3폰은 MP3 플레이어에 비해 치명적인 단점 하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방패가 있으면 창이 있는 것처럼 기술적 규제를 해제하는 해킹 기술이 등장하는 것 또한 시간 문제다. 어쨌든 기술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생산자의 의도에 의해 이렇게 MP3폰이 사용 상의 규제와 제약으로 핸디캡을 가지게 된다면 MP3 플레이어로서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MP3 플레이어를 구입할 사용자라면 MP3 플레이어와 MP3폰을 잘 저울질하면서 본인에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도록 하자.
by oojoo | 2004/04/01 11:48 | Colum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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