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통신 인프라이다. 10년 전 다이얼업 모뎀 기반의 PC통신에서 벗어나 WWW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보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정액제 기반의 빠른 데이터 송수신을 가능하게 했던 케이블 모뎀, ADSL 등의 등장이 WWW의 대중화에 일등공신이었다. 고정된 장소가 아닌 이동 중에 휴대하며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새로운 인프라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1세대의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동통신은 몇번의 진화 끝에 4세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4세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이동통신 시장은 WiBro, HSDPA, WCDMA, 리비전A 등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미래의 이동통신 시장에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이동통신 인프라의 현황과 내일에 대해 점검해본다.
◈ 1세대에서 3세대에 이르는 이동통신의 진화
이동통신 기술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화된 것은 데이터의 전송속도에 따른 1세대, 2세대, 3세대라는 세대별 구분이다. 1세대는 아날로그 음성통화, 2세대는 디지털 통신기술의 도입, 3세대는 IMT 2000이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 가능한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IMT 2000은 이동통신으로 음성 뿐 아니라 데이터, 영상 등을 통합한 서비스로 2GHz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IMT 2000이라 명명했다. 아날로그에서 시작되어 IMT 2000으로 발전된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의 진화를 살펴본다.
☞ 1세대의 아날로그 이동통신 시대
한국의 휴대폰은 보급률 3000만대를 넘어선지 오래며 월 120만대 이상씩 대체 수요가 발생하는 불황을 모르고 성장 중이다. 이동 중에 전화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기술은 1984년에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s)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초기 AMPS가 등장할 당시에는 1만명의 사용자도 확보하지 못할만큼 시장이 좁았으며 일부의 기업체 임원들만을 위한 차량용 전화 서비스였다. 이후 1995년부터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긴 했지만, 부가 서비스의 지원 미비와 주파수의 한계로 인하여 신규 가입자의 유치에 실패했고 1999년 12월 사라지게 되었다. 아날로그의 최대 단점은 사용자가 늘어갈수록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지 못한 AMPS는 이미 그 끝이 예견된 서비스였던 것이다. 이때 AMPS가 사용한 주파수는 음성전송에 아날로그 주파수변조(FM: frequency modulation), 신호전송에 주파수편이변조(FSK: frequency shift keying) 방식을 사용했다. 그렇다보니 오로지 음성 통화만 무선으로 가능했을 뿐 지금은 흔하디 흔한 SMS나 e메일 확인 등의 데이터 전송은 불가능했다.
☞ 세계적인 이동통신 강국을 만들어준 2세대 CDMA
이어 1996년에 한국은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서비스를 시작하며 세계의 이동통신 시장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2세대의 디지털 음성 통신 시대를 개막한 CDMA는 비록 데이터 전송속도는 느리지만 데이터의 송수신을 지원했으며 정지화상의 전송을 가능하게 했다. CDMA는 800MHz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였으며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기존의 AMPS에 비해 주파수 재사용 효율이 높았으며 통화 품질이 뛰어났다. 특히 고품질의 데이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이동통신 부가 서비스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미 디지털 이동통신기술로 TDMA(시분할 다중접속)를 근간으로 한 GSM 서비스가 도입되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이동통신의 초기 단계에서는 TDMA가 경쟁우위에 있었지만, 한국의 CDMA가 보다 나은 기술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한국은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라는 서비스가 2.5 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포장되어 CDMA의 서비스 확대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1997년에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의 3개 PCS 사업자가 생기게 되었다. PCS는 초기 CDMA에 비해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저렴화하였으며 음성 외에 데이터와 영상 등 멀티미디어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였다. 그리고, 정통 2세대 CDMA 서비스로 SK텔레콤(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과 신세기통신(1996년 탄생, 2001년 SK텔레콤에 인수)이 이들 3개의 이동통신 사업자와 경쟁했다. 1990년대 하반기의 한국 이동통신 시장은 이들 5개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과 함께 빠른 속도로 통신 시장이 진화되고 대중화될 수 있었다. 참고로 PCS는 1800~1900M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했다. 주파수만 다를 뿐 CDMA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PCS를 2세대로 규정하기도 한다.
☞ 멀티미디어 데이터 통신을 위한 3세대 이동통신
이어 2000년 10월 CDMA2000 1X 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었다. CMDA2000 1X는 2세대에 비해 약 2~10배 정도 빠른 144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2세대의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 기술은 음성 통화, 고속듸 데이터 서비스는 물론 동영상과 컬러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로서 2000년 5월 국제통신연합(ITU)으로부터 IMT-2000의 5대 기술 표준으로 공식 채택되면서 세계에서 한국의 CDMA를 주목받게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또한 ITU가 3세대 이동통신기술에 대해 144Kbps~2Mbps의 속도와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규정하면서 CDMA2000 1X는 3세대로 지칭되고 있다. 이어, SK텔레콤과 KTF는 CDMA2000 1X를 한 단계 발전시킨 CDMA2000 1X EV-DO를 2002년 소개했다. EV-DO는 2.54Mbps의 속도로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현재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기술로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다. 이러한 CDMA의 확장 기술인 CDMA2000 1X와 CDMA2000 1X EV-DO를 2.5세대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 같은 CDMA의 진화는 세계에서 최초로 동기식 CDMA를 상용화시킨 한국의 이동통신기술을 세계에 홍보하는데 크게 주효했다. 하지만,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유럽의 비동기식을 선호하는 추세로 3세대의 IMT-2000부터는 비동기식이 주목받고 있다. CDMA2000 1X와 CDMA2000 1X EV-DO가 동기식인데 반하여 유럽의 2.5세대 기술인 GPRS는 비동기식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비동기식 기반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서 HSDPA, WCDMA로 준비를 하고 있어, 2006년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CDMA 기반의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기술과 비동기식 기반의 통신기술로 이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다양한 이동통신 기술의 춘추전국 시대
해외의 경우 유럽은 비동기식 기반의 WCDMA, 미국은 동기식 기반의 EVDO가 인기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2.5세대의 동기식인 EVDO가 이용되고 있으며, SKT와 KTF의 주도로 비동기식인 3세대 WCDMA, 3.5세대 HSDPA가 조심스럽게 런칭되었다. 그리고, LGT는 기존의 1.8GHz 대역의 PCS폰 주파수를 사용한 동기식 2.5세대 EV-DO 리비전A를 준비하고 있다. 리비전A는 3.1Mbps로 향상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지면서도 3세대의 WCDMA, HSDPA와는 달리 기존의 장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가 적게 든다. 그러므로, HSDPA 등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3세대의 이동통신 기술로 도약하려는 SKT, KTF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생기고 있다.
☞ WCDMA를 극복한 3.5세대 HSDPA
WCDMA는 약 2Mbps의 속도로 EV-DO 기반의 서비스에 비해서 3배 정도 빠르며, HSDPA는 14.4Mbps의 속도로 WCDMA에 비해 7배 이상 빠르다. 하지만, 아직 이들 서비스는 전국망 구축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 단말기의 기술력 부족으로 속도 또한 2Mbps가 채 되지 않는다. 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처럼 말만 많을 뿐 아직 속도와 기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SKT와 KTF는 HSDPA를 주력 사업으로 투자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HSDPA의 성능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화됨으로써 2세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이동통신 시장을 한 단계 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HSDPA는 WCDMA라는 이름으로 이미 2003년에 첫 상용화가 되었지만 서비스 개시 2년 반 동안 2만명도 채 되지 않을만큼 가입자가 저조했다. 2G에서 3G로 사용자들의 유인에 실패한 것이다. 그것은 3G 기반의 WCDMA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속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3G 서비스에 맞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들과 콘텐츠가 공급되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서비스가 지원되지 못해 시장 확대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이번 3.5세대 HSDPA는 WCDMA와는 크게 다르다. 우선, HSDPA 단말기는 화상통신이 지원되며 화상통화 중에 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또한, 음악을 들으면서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을만큼 멀티태스킹이 유연하다. 마치 도스에서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로 진화된 것처럼 휴대폰 단말기의 진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이동통신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부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4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진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3세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미 3세대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4G 이동통신 기술은 이동 중에 100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정지 중에는 이의 10배인 1Gbps를 지원한다. 이 같은 4세대 이동통신은 우리의 휴대폰 사용 방식과 컴퓨팅 사용 행태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유비쿼터스 시대가 한층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이동통신 시장의 진화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년 전 56Kbps의 모뎀과 비교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은 200배나 빠른 100Mbps를 육박한다. 모뎀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우리는 WWW을 통해 즐기고 있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3.5G 그리고 4G 기술이 개막되면서 우리 손안의 휴대폰도 음성통화와 SMS, WAP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