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이공계 취업난, IT 기술인력의 부족
최근 검색 분야에 종사하시는 매니저의 어려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검색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재가 없어 힘들다는 얘기였다. 특히나 1990년대 초~중반 졸업한 이공계 인재들이 IT 기술 분야에 종사함으로써 그나마 IT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 졸업자 중에서 쓸만한 이공계 계통의 인재가 없어 신입 기술자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인 것이 1990년대 중반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발생하면서 똑똑한 인재들이 이공계 계통에 입학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쪽에서는 똑똑하고 쓸만한 이공계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또 한편에서는 이공계 취업난이 어렵다는 말이 2000년대부터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잘 들여다보면, 이공계에 대한 기피로 인해 쓸만한 인재들이 전공을 하지 않게 되고 그렇다보니 인재풀이 부족하고, 미흡한 이공계 인재풀 속에서 더욱 취업은 어려워진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지니 이공계를 또 기피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다보니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기업과 함께 이공계 취업난 해결을 위한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신입사원의 상당 비율을 이공계로 채용하는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이공계가 왜 이렇게 홀대받기 시작한 것일까?

우선 나 개인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난 2번이나 낙방 끝에 공학도의 길을 가게 되었다. 총 3번의 지원 모두 공대를 지원했으며 내가 공부하던 고교시절(1980년대 후반)에만 해도 총 10여반 중에 이과 7반, 문과 3반이었다. 또한 이과 학생 중 상당수는 공대를 꿈꿨으며 개중에는 지방대 의대보다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의 공대를 더 선호했었다. 나 역시도 개인의 적성에 대한 고려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그저 맹목적으로 공대에 3번이나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합격이라는 열차를 타기 위해 당근을 보며 달리는 당나귀처럼 달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가 공부하던 1980년 후반과는 너무도 다르게 변해버렸다. 지금 고등학교는 문과가 이과보다 2배 이상의 비율로 학생이 더 많다고 한다. 게다가 기껏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도서관에 앉아 사법고시나 타대학의 의과 합격을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시절 동기였던 내 공학도 친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살펴보았다. 90여명 정도의 정원이었던 학과 동기 중 반 정도는 이공계 관련 업직종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국가고시를 통해 다른 길을 가고 있거나 여전히 아직도 공부 중인 친구들도 있었다. 실제 학교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는 30%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내 경우만 해도 학교 다니면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기 보다는 IT에 대한 관심으로 외도를 하며 딴 짓을 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IT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공계 취업난의 문제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 2003년 경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코리아리크루트가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이공계 전공자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가 가장 객관적인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 조사 자료는 실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1,127명의 이공계 전공자와 이공계 교소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이공계 취업난의 어려움은 ‘전문 채용정보 부족’과 ‘현장실무경험 부족’을 들었다. 즉, 이공계 전공자의 33.2%가 ‘전문 채용정보 부족’, 31.4%가 ‘현장실무 경험의 부족’, 20.8%가 ‘고급․첨단 지식의 부족’을 취업난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또한 이공계 교수들은 37%(37명)가 ‘기업 내 이공계 출신 인력의 발전 및 비전 부재’, 27%(27명)가 ‘국가적인 이공계 분야 지원 미비’, 8%(8명)가 ‘이공계 전공자의 질적 수준 미달’을 취업난의 원인으로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공계 취업난은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공계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기업체 입장에서는 “실무에 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니 자연스럽게 이공계 출신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곧 전체 이공계 학과의 위기로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연일 이공계 취업난에 대해 그 심각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소개하고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니 홍보 아닌 홍보가 되어 이공계에 대한 불신만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취업난 해소에 대한 방안으로 대부분의 학생과 교수가 “정부 및 기업의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로 지적했다. 사실 당장 채용부터 늘리는 것이 당연히 취업난 해결의 실질적인 대책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와 기업에서는 이공계 학생의 채용 인력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위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공계 취업난의 근본원인에 대해 이공계 교수들은 “기업 내 이공계 출신 인력의 발전 및 비전 부재”(37%)와 “국가적인 이공계 분야 지원 미비”(27%)를 꼽았다. 즉 회사 내에서의 지원 미비가 결국 이공계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 판사 등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인기인 것은 그만큼 사회적 지위와 보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공계를 졸업 후 연구개발, 엔지니어로 10년, 20년의 경력을 쌓은 후에는 제대로 경력이 인정되지도 못하고 퇴출되기 일쑤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당장 취업이 된다고 한들 누가 평생 이공계 관련 직종에 종사하려고 하겠는가?

위기가 닥치거나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직장에서 개발자, 연구직들은 기획자와 영업자에 밀려 제일 먼저 찬밥 신세로 전락한다. 즉 고용이 불안정하다. 게다가 이공계 학문의 특성상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서 대접받기 보다는 구조조정의 제1순위가 되곤 한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공계 취업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니 이공계 취업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채용인원을 늘린 근시안적 대안이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이공계라는 버스를 탄 학생이라면 정책적, 사회적 해결책만 기다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공계 학생의 가장 취약한 문제는 전공 외의 학문과 분야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시야를 넓혀 다양한 분야(특히 경영, 기획, 마케팅, 회계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흔히 공대생을 가리켜 단무지(단순, 무식하다고 해서 부르는 별명)라고 한다. 그만큼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방면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하하는 것이다. 이공계 학생에게 취업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 대안은 기술적인 학문 외의 다양한 사회 전반에 대한 학문(경영기획, 회계, 마케팅 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by oojoo | 2006/07/14 20:51 | HR | 트랙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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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olypill, Po.. at 2006/07/15 13:07

제목 : 이공계 취업난에 대한 글을 볼 때마다...
어떻게 알게되어 피드 구독하고 있는 oojoo라는 분의 아티클이다. 이공계 취업난 - 기피현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http://oojoo.egloos.com/1370010 사실 나는 이공계 취업난에 대한 기사나 글을 접할 때마다 의아하다. 문리과대생 출신인 내가, 보기에는 이공계는 언제나 문과 쪽보다 취업은 쉽게 하였다. 문과 중, 경영, 경제, 회계 등의 실용학문분과를 뺀 순수 문과부는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를 한 ......more

Tracked from usharp at 2006/09/11 00:48

제목 : [취업] 이공계 취업난 원인과 해결 방안
이공계 기피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 지도 어느덧 3~4년이 지났다. 언론에서 이공계 기피라는 말을 하는 빈도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more

Commented by 머스타드 at 2006/07/15 12:26
정말 공돌이에게도 경영/회계 쪽의 지식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동치미 at 2006/07/15 17:16
단무지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노력해봐야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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