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컴퓨터로 전화하는 것이 편하겠는가?
처음 인터넷 전화기를 접해본 것은 1990년대 후반 정도로 기억된다. 컴퓨터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되던 넷미팅과 같은 채팅 SW를 이용했었다. 호기심을 채워주고 즐거움을 주기에는 충분했지만 전화를 대처할만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에 WWW에서 바로 쉽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다이얼패드가 2000년 초에 소개되었다. 그것도 무료였다. 시내외는 물론 미국 국제 전화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유혹에 전 세계 IT를 들썩거리게 했다. 하지만, 낮은 통화 품질과 열악한 수익률은 다이얼패드를 닷컴붐 시대의 대표적인 거품으로 인식케했다. 비록 다이얼패드가 비싼 국제전화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일반 전화에 비해 열악한 통화 품질과 불편한 사용자 편의성은 웹투폰을 생활화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실제 전화기와 똑같은 형태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기가 2000년말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마침 나도 2002년 경에 미국에 있는 지인과 자주 연락을 취해야 할 일이 있어 앳폰이라고 하는 인터넷 전화기를 2대 구입했다. 이 전화기를 이용하면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었고 분당 수백원의 국제전화를 지불하지 않고도 두 단말기간에 통화를 공짜로 할 수 있었다. 20만원이나 넘는 단말기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매월 1시간 이상씩 사용하면 7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정도만 지나면 구입비용을 충분히 뽑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아 40만원으로 2대를 구입했다. 하지만, 설치가 까다롭고 웹투폰과 마찬가지로 통화 품질의 불만족으로 구입 후 1개월만에 창고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2002년 5월에는 앳폰 서비스 제공업체의 부도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인터넷 전화기 업체들이 사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외면받기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이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5년에 인터넷 전화기는 새롭게 등장했다. 1세대 웹투폰, 2세대 폰투폰과는 달라진 PC to Phone으로 나타났다. Skype, 아이엠텔, 네이버폰 등의 소프트폰과 인스턴트 메신저에 탑재된 음성통화 기능이 그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인터넷 전화는 기존 서비스들과는 달리 우수한 통화 품질로 전화기와 큰 차이가 없을만큼 훌륭하다. 게다가 인터넷 전화로 수신이 가능한 070으로 시작하는 고유 식별번호까지 발급되면서 인터넷 전화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통화 품질 문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전화기간에 통화는 무료이며, 인터넷 전화에서 일반 전화기로 전화를 거는 것은 시내 전화의 경우 기존 전화기간 통화보다 비싸지만, 시외전화와 국제전화는 저렴하다. 국제전화의 경우에는 일반전화로 거는 것에 비해 95% 이상 저렴하기도 하다. 이렇게 값도 싸고 통화 품질도 좋은 소프트폰을 당신은 사용하겠는가?

이미 5년 전에 웹투폰을 사용해보고 4년 전에는 인터넷 전용 단말기를 수십만원의 가격에 구입했던 나는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컴퓨터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기존 전화기에 습관들여진 내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화기는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면 바로 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소프트폰은 수십초나 기달려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마우스로 프로그램을 실행, 조작한 후에 헤드셋을 컴퓨터에 연결해야 하는 상당한 수고가 뒤따른다. 전화 한 통 하는데 뭐 그리 복잡하단 말인가. 물론 소프트폰은 이러한 수고에 대한 대가로 공짜 또는 저렴함을 선물한다. 게다가, 음성녹음 등의 다양한 부가 기능마저 제공한다. 하지만, 난 스트레스 받으며 전화 통화하고 싶지는 않다. 언제나 필요할 때에 휴대폰처럼 바로 통화 버튼만 누르면 전화를 걸고 받는 습관에 길들여진 나는 컴퓨터로 통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난, 오히려 소프트폰보다 하드폰을 다시 사용할 것 같다. 통화 품질,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유혹은 편의성일 것이다. 컴퓨터로 전화를 하는 것은 아직은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면 하드폰은 편리할까? 하드폰은 전화기와 똑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가격이 20만원 대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기존 전화기를 이용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구내건물 등에 인터넷 전화설비(CPG(Customer Premises Gateway))를 설치 하여 인터넷 전용회선을 통해 통화를 할 수 있다.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이러한 설비를 이용하면 기존 전화기로 일반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인터넷 전화를 사용해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 또한, 일반 가정에서도 별정통신사를 이용해 인터넷 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분당 40원에 미국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인터넷 전화는 PC보다는 기존 전화기를 이용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며, 기존의 전화설비가 인터넷 전화설비로 교체되면서 기존 전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채 기존 전화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로 전화하는 것 너무 어렵지 않은가.
by oojoo | 2006/05/06 00:34 | Column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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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예절소년 at 2006/05/06 13:11
사진을 보고 화들짝 놀란 이유는 회사에 온 듯 한 착각 때문인듯...
예전의 유행하던 투명 바탕화면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David at 2006/05/08 00:57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뛰어난 스피커폰 기능이나 무선랜 VoIP 단말기가 아니면 10만원정도에 데스크탑 IP폰을 구할수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소프트폰이 PC성능이 받쳐주면(?) 정말 뛰어나죠.-_-
Commented by promise4u at 2006/05/08 14:27
제 옆자리에도 같은 전화기가 있지요 ^^
나름 통화품질이 좋던데- 무선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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