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호환 PC와 맥의 경계는 무너지는가?

지난 1월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맥월드 엑스포에서는 새로운 매킨토시가 발표되었다. 바로 맥북 프로(MacBook Pro)였다. 이 제품은 인텔 CPU를 채택한 최초의 매킨토시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기존의 매킨토시에는 1994년부터 IBM의 파워PC 프로세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약 10여년 넘는 애플과 IBM의 인연은 인텔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은 이번 1월을 계기로 인텔 프로세서로의 전환을 점차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소식에 맥 사용자들은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며 기대하고 있다. 바로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한 맥에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애플에서는 공식적으로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한 매킨토시에 윈도우를 설치하도록 지원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하지만 윈도우가 동작되는 것을 막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해 매킨토시에서 윈도우를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번 애플의 인텔 프로세서 채택을 계기로 우리의 PC 시장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윈텔 진영의 아성에 도전하는 애플
애플은 90년대초부터 모토로라의 680x0 프로세서를 사용하다가 94년부터 IBM의 파워 프로세서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애플과 IBM은 왜 충돌하게 된 것일까? 우선 애플의 맥은 전 세계 PC 시장의 2%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IBM 호환PC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 컴퓨터에 장착되는 프로세서에 대해서 IBM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기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애플과 IBM은 끊임없는 충돌을 겪어왔으며 그 충돌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애플은 매번 IBM의 칩 공급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IBM은 일관되게 문제없음 피력해왔다. 애플이 지적한 문제는 프로세서의 다양한 출시였다. 상대적으로 IBM 호환PC에 비해 시장이 적은 애플로서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여 니치마켓의 규모를 확장해나가야 했다. 하지만 IBM 입장에서는 PC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매킨토시를 위해 애플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프로세서를 지원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은 딴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인텔과 AMD의 문을 두드렸고 지난 수년동안 애플은 이들 프로세서와의 동침을 꿈꾸어왔다.

하지만 10여년 넘게 사용하던 아키텍처를 변화한다는 것은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프로세서의 변경은 하드웨어 전반은 물론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칫 그간 맥에서 문제없이 사용하던 어플리케이션이나 하드웨어의 호환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을 선택한 것은 보다 다양한 매킨토시에 대한 열망과 함께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킨토시를 보급하기 위함이다. 이미 애플은 2003년 6월에 3GHz의 파워피씨 프로세서를 장착한 매킨토시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패했다. IBM의 파워피씨로서는 속도와 전력소모 2가지를 모두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인텔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실 애플은 그간 윈텔(윈도우-인텔) 진영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노선을 걸어왔다. 윈텔로 대표되는 IBM 호환PC는 다양한 컴퓨터 제조업체의 참여로 끊임없이 진화되어왔다. 그 진화의 비결은 바로 경쟁이었으며 그 경쟁으로 인해 보다 저렴한 비용에 보다 빠른 성능의 컴퓨터를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애플은 그와는 달리 독자적 노선, 폐쇄적인 시스템 운영 정책을 고수했으며 그러한 역사 덕분에 가격은 비싸지만 독특한 애플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컴퓨팅 시스템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제 그러한 정책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텔칩을 적극 받아들임으로써 첫번째로 가격 하락을 통해 IBM호환 PC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맥 OS X의 운영체제가 인텔 x86 칩에서 동작될 수 있는 기반이 닦아짐으로써 기존의 IBM 호환PC에서의 윈도우 사용이 가능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반대로 윈도우 운영체제 역시 애플의 매킨토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물론 아직 이러한 상호 호환성에 대해서 그 누구도 확신이나 공식적인 반응을 비춘 것은 없다. 다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플의 입장 변화에 IBM은 뒤늦게 러브콜을 날리며 파워피씨 프로세서에 대한 개선의 약속을 하고 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IBM은 그간 소니나 닌텐도, MS 등의 게임 콘솔에 사용될 수 있는 파워 프로세서 라인을 꾸준히 지원해왔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2. 인텔 프로세서를 삼킨 맥의 장점
그렇다면 이번에 스티븐잡스가 발표한 인텔 프로세서가 내장된 매킨토시는 무엇이 다를까? 신형 아이맥과 맥북 프로는 인텔의 듀오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다. 기존의 모델이나 디자인, 주요 사양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프로세서의 변화로 인하여 속도가 약 2배 정도 빨라졌다는 점도 이번 신형 매킨토시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코어 듀오라는 프로세서 덕에 인텔 프로세서가 내장된 아이맥은 G5에 비해 2배, 맥북 프로는 파워북 G4에 비해 4배가 빨라졌다.  

게다가 주목할 점은 바로 가격이다. 인텔 프로세서 채택의 큰 목적 중 하나인 저렴한 가격을 통한 보급 확대인데 이번에 발표된 모델은 기존 제품에 비해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슷하다. 즉, 코어 듀오 프로세서를 장착한 아이맥의 경우 17인치(1.83Ghz)와 20인치(2.0Ghz)의 두가지 모델이 있으며 20인치 제품이 1,699달러이다. 또한 노트북인 맥북 프로의 경우는 15.4인치를 장착한 모델로 1.67Ghz, 1.83Ghz의 두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1.67Ghz 모델의 경우 ATI 라데온 X1600 그래픽 칩셋이 내장되었으며 가격이 1,999달러 정도이다.  

프로세서가 달라졌다는 점 외에 화상 카메라가 내장되었다는 점과 무선 리모콘을 통해 영화, 음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제품과 달라진 점이다. 또한 전원 연결 단자를 자석식으로 만들어 어댑터 케이블에 걸려 노트북이 떨어질 우려를 막았다는 것도 독특한 디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애플의 인텔과의 새로운 동거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기존의 IBM 호환 PC(데스크톱, 노트북)는 그간 동급이 아니어서 싸울 수 없었던 경쟁 상대인 매킨토시와 서서히 진검승부를 해야 할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 승부는 지금 당장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 내에 둘은 동급의 입장에서 싸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표준과 호환으로 열리는 새로운 PC 세상
애플은 2007년까지 IBM호에서 인텔호로 완전히 스위칭하는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인텔 칩에서의 전환은 맥에 사용되는 OS와 각종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 변환을 수반한다. 즉, 맥의 OS X와 맥에서 동작하는 각종 소프트웨어가 인텔 펜티엄 등의 x86 칩세에서도 동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에서 동작하던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x86 프로세서를 장착한 IBM 호환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애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애플의 매킨토시에서 윈도우가 동작되도록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용자들이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막지도 않을 것이라 하고 있다. 물론 현재 인텔 프로세서가 장착된 맥에서 윈도우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매킨토시에는 바이오스 대신 EFI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윈도우에서는 EFI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 다행히 윈도우 비스타에서는 EFI를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스타를 인텔이 탑재된 맥에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튼 맥의 인텔 프로세서 채택은 인텔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미 전 세계 PC 프로세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텔은 맥의 든든한 후원으로 점유율을 그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은 90% 이상의 IBM 호환 PC 사용자를 대상으로 맥이 가진 진보적인 UI의 OS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애플이 오로지 맥에서만 동작할 수 있는 맥 전용 소프트웨어 운영 정책을 IBM 호환 PC에게 열어줄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인텔 프로세서 채택으로 인해 애플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필요로 할 것이고 이는 곧 모든 PC에서 맥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게 되는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간 애플에서 전용으로 동작하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IBM 호환 PC로 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맥에서 사용되던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DTP 프로그램인 쿼크 익스프레스 등은 이미 IBM 호환 PC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다. 또한 맥의 진보적이고 우수한 운영체제의 각종 UI는 윈도우의 UI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던 것이 사실이다. IBM 호환 PC의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 속에서 PC 시장에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특유의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았고 고유한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작은 시장 점유율은 IBM 호환 PC 시장에 점차 나비효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애플의 맥과 아이팟 등은 윈텔 기반의 PC 사용자에게 동경이 되어오고 있다. 복잡하고 난해한 윈도우와 IBM 호환 PC에 비해 지극히 정제되고 단순한 애플의 UI는 왠지 모를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애플은 최근 특유의 폐쇄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점차 기술을 개방하면서 표준을 만들고 IBM 호환 PC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미 맥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IEEE1394는 1990년대 중반에 개발한 인터페이스로 IBM 호환 PC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또 IBM 호환 PC에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USB 인터페이스의 탄생에 비록 애플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IBM 호환 PC보다 적극적으로 맥에 탑재함으로써 표준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애플은 폐쇄정책 속에서 나름대로의 개방정책을 추구해왔던 것이다. IBM 호환 PC와 윈도우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사실 기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혁명은 조용히 시작된다. 점진적으로 애플에 대한 동경과 꿈을 아이팟, 아이튠즈 등을 통해 키워온 애플이 PC 시장에서 언제 갑자기 IBM 호환 PC를 위협할지 모른다. 애플은 시대를 호령했던 PC 제조업체이고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잊혀지지도 않았다. 칼을 갈고 있을 뿐이다.

by oojoo | 2006/02/25 23:25 | Column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oojoo.egloos.com/tb/126767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rabbit153 at 2006/02/26 11:22
애플로 넘어가고 싶어도 넘어가지 못하는 요인이였죠.

가격, 호환성.

두개가 한큐에 해결되면 넘어갈 사람은 그만큼 많아질거라 생각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